


세계 여러 나라 인형에 대해 알아가면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기억’에 관한 것입니다.
처음엔 ‘아, 이렇게까지...’ 싶다가 그 ‘기억’을 통해 말하고 간직하고자 하는 것에 더 다가가게 되면 그런 기억의 공유가 공동체의 성격과 앞날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아침에 굴뚝청소부를 만나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벽난로로 난방을 해오던 유럽 사람들에게 굴뚝을 제때 청소하지 않는 것은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는 거죠. 굴뚝청소부는 화재가 나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구요, 그러니 굴뚝청소부에 대한 이런 믿음은 ‘고마움에 대한 기억’이기도 합니다.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에서는 매년 6월이면 ‘라이코닉’이란 축제를 갖는데요, 13세기 몽골의 침입을 우연히 막게 되었던 사건을 기억하며 ‘올해도 크라쿠프를 지켰다’라는 말과 더불어 안도하고 즐기는 겁니다.
‘라이코닉’보다 인상 깊은 기억은 (인형은 따로 없지만) ‘크라쿠프의 나팔수’입니다. 1241년 몽골군이 처음 크라쿠프를 침략하던 날, 성 마리아 성당의 탑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나팔수는 서둘러 나팔을 불어 외적의 침입을 알렸고 이 나팔소리를 들은 폴란드 궁수부대는 신속하게 방어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나팔수는 그렇게 몽골군의 침입을 알리며 나팔을 부르다 몽골군의 화살에 그만 목숨을 잃었습니다.
크라쿠프 시민들이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지금도 성 마리아 성당에서는 매 시간마다 성당의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그 나팔수가 연주했던 ‘헤이날’이란 곡을 연주합니다. 이 곡은 마지막까지 연주되지 않고 중간에 끊기는 데요, 끊기는 지점은 그 옛날의 나팔수가 몽골군의 화살에 맞아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하던 대목입니다. 크라쿠프에서는 1320년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헤이날을 연주해 왔습니다.
그리스의 에브조네스란 대통령 근위병은 옛날 그리스인의 복장으로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치마의 주름은 무려 400개에 이릅니다. 그리스가 터키(오스만 제국) 지배를 받았던 기간을 주름의 개수에 반영해 그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교훈으로 삼는 겁니다.
몇 백 년이 지난 일도 기억하고 또 기억하며 되새기는 ‘기억의 공유’는 공동체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에 대한 우리 공동체의 기억은 왜 이리 얕은 것일까요?